[기고]참된 친구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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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참된 친구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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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0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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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논어」의 계씨편에는 유익한 세 친구(益者三友)로 정직한 사람, 신의가 있는 사람, 견문이 넓은 사람을 들었고 해로운 세 친구(損者三友)로 아첨하는 사람, 줏대 없는 사람, 겉으로만 친한 척하는 사람을 들었다. 다시 친구의 4종류로 ①좋을 때만 찾는 화우(花友), ②이익에 따라 저울추같이 이동하는 추우(錘友), ③산처럼 편안하고 든든한 산우(山友), ④언제나 한결같이 마치 땅과 같은 지우(地友)가 있다. 장수가 되려면 ①심복(心腹), ②정보(情報), ③조아(爪牙/독수리의 발톱과 호랑이의 이빨)가 있어야 한다. 공자는 ④를 쟁우(諍友/충고자)라 하여 추가했다.

이동규 씨는 “먼저 벗이 되어라”는 칼럼에서 친구에 관한 것을 다루었다. 학창시절 ‘세 명의 친구를 가지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들었을 때, 매우 의아했었다. 그러나 살아보니 진짜는 한 명의 친구를 갖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친구나 벗을 가리키는 말은 동·서양이 다르고, 한국·중국·일본도 각각 다르다. 대개, 한국은 친구(親舊), 중국은 펑여우(朋友), 일본은 도모다찌(友達)라고 쓴다. ‘붕(朋)’은 봉황이 날듯 새떼가 함께 무리지어 날아가는 모습이며 ‘우(友)’는 서로 손(又)을 잡고 돕는다는 뜻이다. 명심보감 교우편에 “酒食兄弟 千個有 急難之朋 一個無”(술먹고 밥먹는 친구는 천명이나 있지만, 급할 때 도와주는 친구는 한명도 없다)란 말이 생각난다. 구체적으로 ‘붕(朋)’은 동문수학한 벗이고 ‘우(友)’는 동지(同志)로서의 벗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같은 스승 밑에서 함께 공부하고 뜻을 같이한 문하생을 ‘붕우(朋友)’라 할 수 있다. 옛날부터 어떤 사람의 장래를 알고 싶으면 그가 사귀는 벗을 보라고 했다. 친구는 그 사람의 거울이기 때문이다(類類相從).

그러나 친구라고 해서 다 친구는 아니며 또한 누구에게나 친구인 사람은 누구에게도 친구가 아닌 것이다. 성공은 친구를 만들고, 역경은 친구를 시험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불행은 누가 친구이고 누가 친구가 아닌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인디언들도 친구를 가리켜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 했다. 역시 친구는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친구가 진짜다. “모진 바람이 불 때라야 강한 풀을 알 수 있다”(질풍지경초/疾風知勁草)라는 말처럼 어렵고 위험한 처지를 겪어봐야 인간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다(집안이 망하면 며느리를 알아볼 수 있다). 인간세상이란 염량세태(炎涼世態)라서 잘나갈 때 :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지만 몰락할 때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마련이다(정승 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정승 본인이 죽으면 적막강산을 이룬다). 많은 이들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니까 공백기간에 진실한 인간관계가 무엇인지 확실히 재정리가 되더라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집안이 가난해져야 좋은 아내를 분별할 수 있다. 가난할 때의 진정한 친구를 빈천지교(貧賤之交)라고 한다. 추사 김정희(金正喜)가 멀고도 먼 제주도로 귀양을 가보니 그 많던 친구들이 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옛날 중국에 사절로 갔을 때 함께 갔던 이상적(李尙迪)이란 선비는 중국에 갈 때마다 많은 책을 구입해 제주도까지 보내주었다. 극도로 외로움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던 추사에게 그의 우정은 큰 위로와 감동을 주었다. 그래서 추사는 그 우정을 「세한도」(歲寒圖)로 그려주었는데 그 안에 “날씨가 차가워지고 난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늦게 시듦을 알게 됐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彫也)는 논어의 한 구절을 써넣었다. 인생에는 “돈, 시간, 친구, 취미, 건강”부자가 있는데 친구부자는 인생 후반을 도와주는 것이다. 친구가 될 수 없는 오무(五無)로, 무정(無情)·무례(無禮)·무식(無識)·무도(無道)·무능(無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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