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송' 결판 났는데…LG-SK는 왜 합의하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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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소송' 결판 났는데…LG-SK는 왜 합의하지 않는 걸까
  • 디지털뉴스팀
  • 승인 2021.02.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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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입주해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모습. 2021.2.1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결판 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양측은 협상을 이어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 '합의금 규모'를 두고 양측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할 경우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이 불가능하기에 판결 즉시 합의를 위한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사정이 급한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이 요구하는 수준의 합의금을 맞춰줄 수도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드러난 모습만 보면 이런 예상은 다소 빗나가는 모양새다. 지난 11일 SK이노베이션은 패소 직후 "합리적 조건이라면 언제든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원칙적으로는 합의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로는 "아직 남아있는 절차(대통령의 거부권 검토)로 해당 결정(패소)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다툼을 계속하겠다는 뜻에 방점이 찍힌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건물. 2020.9.2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런 SK이노베이션의 입장은 배터리 화재 원인을 두고 현대자동차와 다툼을 벌이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현재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많다. 그동안 현대차의 '코나 화재 사건'을 조사했던 국토교통부는 조만간 화재 원인을 발표할 예정이며, 현대차도 국내에서 판매한 코나 전기차를 리콜해 배터리를 전량 교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리콜 비용에 대한 분담을 협의하고 있고 화재 원인도 배터리 결함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배터리를 전량 교체할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셀 교체 비용 등 최소 수천억원 이상의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조만간 기업공개(IPO)를 앞둔 만큼 흥행을 위해 재무구조 개선이 더욱 필요한데, 패소한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합의금을 받아내면 이를 충당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패소했더라도 2~4년의 유예기간 동안 배터리 사업을 할 수 있는 SK가 아니라, 오히려 LG 측이 협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의 급한 상황을 이용해 합의금을 최대한 낮추려고 할 수 있다. SK 공장을 가동해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미국 조지아주(州)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쓰라'고 압박하는 점도 호재다. SK이노베이션이 1년 이상 걸리는 연방 항소법원 절차까지 밟을 수 있다며 공공연히 말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측은 "ITC 소송과 리콜은 전혀 별개이며 이를 연관짓는 건 맞지 않다"며 "협상은 기존의 입장과 지식재산권 보호라는 원칙에 입각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조지아주 제1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SK이노베이션 제공) © 뉴스1

하지만 소송에서 패소한 만큼 SK이노베이션이 LG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건 사실이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적다. 미국 정부 입장에선 해외 기업들의 다툼에서 한쪽 편만 들어주긴 어렵고,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윤리적 잣대가 엄격한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면 거부권 행사는 더욱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916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설립된 이후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쓴 사례는 아직 1건도 없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의 친환경 정책, 중국과의 패권 전쟁 등으로 이번 소송은 다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막대한 소송 비용을 또다시 투입해 항소하더라도 기존의 ITC 판결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를 내놓거나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이상 패소 결정은 그대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여기서도 패소한다면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상에서 더욱 불리해진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끝내 합의하지 못한다면 SK이노베이션은 약 3조원을 투자한 미국 배터리 공장을 ITC가 정한 유예기간 1~2년만 가동하고 미국 사업을 접어야 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지금 SK는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는 것"이라며 "물론 성공할 수도 있지만, 실패하면 벼랑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협상이 늦어질수록 SK이노베이션이 내야 할 합의금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어 손해가 될 것이라고 본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현재 LG 측이 요구하는 수준이 배터리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기에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이 아니면 대화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LG 측은 약 2조~3조원을, SK 측은 수천억원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LG도 SK가 배터리 사업을 접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고 SK도 현실적인 대안은 합의인 만큼 양사가 전격적으로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며 "합의금 액수와 지급 방식 등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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