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 "택배기사와 직접 교섭하라고? 현장 대혼란"…행정소송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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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업계 "택배기사와 직접 교섭하라고? 현장 대혼란"…행정소송 예고
  • 디지털뉴스팀
  • 승인 2021.06.0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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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택배물류현장에서 택배노동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택배업계가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현장 대혼란이 불가피하다"며 행정소송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날 중노위는 택배업체들이 택배기사와 단체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 대해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CJ대한통운을 비롯한 택배업계는 중노위의 이번 판정이 대법원 판례는 물론 기존 노동위 판정과도 배치되는 내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중노위로부터 결정문을 수령하는대로 법원에 행정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중노위 "CJ대한통운, 택배노조 단체교섭 응해야"

2일 택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초 택배노조는 대리점이 아닌 원청 CJ대한통운을 대상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같은해 9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접수했다.

택배업계에선 통상 택배기사들이 각 대리점을 통해 계약을 맺고, 이 대리점이 CJ대한통운과 배송 관련 계약을 맺고 있다. 지노위는 이 구조에 따라 택배기사들과 계약 관계를 맺지 않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지난해 11월 사건을 각하 처리했다. CJ대한통운과 택배기사 간 계약 관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을 인정한 것.

그러나 택배노조는 이에 불복, 지난 1월 중노위에 사건 재심을 신청했고 중노위가 지노위 판결을 뒤집고 사실상 택배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로 택배기사들이 택배 본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응해야 되는 셈이다.

 

11일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배송준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1.5.11/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CJ대한통운 즉각 반발…"중노위 결정에 유감, 행정소송 갈 것"

CJ대한통운은 중노위의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며 즉각 반발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200개 가까운 대리점에서 교섭이 진행 중인데, 중노위의 이번 결정으로 교섭이 모두 중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조가 이제 모든 요구를 원청 교섭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지 않겠나"라며 "이렇게 되면 대리점의 존재가 무의미하게 되고 택배기사들이 대리점과 맺은 계약을 위반하더라도 법률적 책임을 묻기도 애매해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CJ대한통운만해도 전국 270여개의 터미널의 배송 환경이 모두 달라 택배노조와 사측의 교섭 결과를 전국적으로 일괄 적용할 수 없다. 교섭의 유용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교섭이 결렬되면 택배기사의 쟁의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들과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노조가 대리점에서 수용이 되지 않은 요구사항을 원청에 요구하고, 원청에서 수용되지 않는 것을 대리점에 요구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현장의 갈등은 증폭될 수 밖에 없다"며 "기업의 경영 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이번 중노위의 결정은 택배업계를 넘어 원하청 관계에 있는 산업계 전반에 걸쳐 노사관계의 틀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아직 중노위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달 말 결정문이 도착하는대로 CJ대한통운은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중노위의 판정 결정문을 사측이 수령하면 그 이후 15일 이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중노의 판정이 당장 법적 효력을 갖지는 않는 만큼 CJ대한통운은 법리적 검토를 통해 사법기관의 판정을 받아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고용노동부 산하에 있는 중노위가 노사 관계에서 법률 판단을 내리는 준사법 기관에 해당하는 만큼 법원 역시 이번 판정을 토대로 심사를 할 가능성이 크다.

 

전국택배노조 관계자들이 2일 서울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열린 CJ대한통운 원청 부당노동행위 판결 승소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6.2/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경총 "사용자 아니기 때문에 의무 없어..결정 유감"

이번 결정은 택배업체를 넘어 경영계 전체가 주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원청이라는 이유로 단체협상 의무가 없던 기업들에 하청 노조가 단체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선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대법원의 판단과도 배치되는 결정"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경총은 중노위 결정 직후 입장문에서 "이는 현행법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올해 4월 서울고등법원이 우리 노동관계법령상 공동사용자 법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에도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노위는 3년 전 동일한 취지의 사건에서 CJ대한통운은 집배점 택배기사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결정했는데, 스스로 내린 결정까지 뒤집은 것"이라며 "최근 들어 중앙노동위원회가 노동계 주장만을 반영한 결정을 빈번히 내린 데 이어 또다시 법적 근거도 없고 대법원의 판단과도 배치되는 결정을 내린데 대해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경제전문가의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중노위 판정 관련 "노사관계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추 실장은 "이번 판정은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계약을 무력화하고 대리점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며 "또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은 외부인력을 활용하는 기업 경영방식을 제한해 하청업체 위축 및 관련 산업생태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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