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한국계 미국인…나와 가족의 이야기" '파친코'를 만든 사람들 [N인터뷰]
상태바
"우린 한국계 미국인…나와 가족의 이야기" '파친코'를 만든 사람들 [N인터뷰]
  • 디지털뉴스팀
  • 승인 2022.04.01 14: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왼쪽부터) 코고나다 감독, 테레사 강 총괄 프로듀서, 수 휴 총괄 제작 및 각본가 ,마이클 엘렌버그 총괄 프로듀서/애플TV 파친코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우리 가족이 이민자의 역사…정체성,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파친코'는 부모님 세대에 대한 존경과 헌사다."(코고나다 감독)

지난 3월 말 글로벌OTT 플랫폼 애플TV플러스를 통해 처음 공개된 8부작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는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상화한 것으로, 한국 이민자 가족의 희망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담아냈다.

'파친코'는 지난 3월25일 1회부터 3회까지 한꺼번에 베일을 벗은 가운데 1910년대부터 1989년에 이르는 시간적 배경 및 조선과 일본 미국 등을 오가는 방대한 공간적 배경을 담은 거대한 스케일은 물론, 역사적 소용돌이에 휘말린 인물들의 내면과 감정 등을 풍성하게 그리며 호평을 받고 있다. 1일부터 29일까지는 매주 금요일에 한 회씩, 4~8회가 차례로 공개된다.

특히 '파친코'는 한국의 아픈 역사와 자이니치(재일동포)라는 이민자의 삶을 본격적으로 다룬 드라마를, 글로벌OTT 플랫폼으로 공개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공개 초기임에도 '파친코'의 배경과 메시지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파친코'는 수 휴가 각본과 총괄 제작, 테레사 강과 마이클 엘렌버그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4회까지 코고나다 감독이, 5회부터 저스틴전 감독이 연출을 각각 당당했다. 마이클 엘렌버그를 제외한 이들은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다. '파친코'를 공개하며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들은 '파친코'는 자신의 이야기이자 가족의 이야기였다며 남다른 각오로 임했던 시간을 돌아봤다.

 

 

 

애플TV+ © 뉴스1

 


-원작이 많은 인기를 얻었는데 영상화하면서 부담감은 없었나.

▶(수 휴) 아름다운 소설이다. 서구권에서 다뤄지지 않은 이야기인 만큼 이야기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분량이 긴 책이기때문에 각본팀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속도, 진행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지만 많은 도전정신이 필요한 작업을 하면서 재미있었다.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본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코고나다) 본질을 파악하고 최대한 개방적인 방식으로 배우를 섭외하려고 했다. 그래서 캐릭터마다 (섭외가) 다르게 진행됐다. 김민하(10대 선자 역)는 엄청난 발견이었다. 첫 테이프를 봤을 때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캐릭터와 하나가 된 것 같았다.

▶(테레사 강) 윤여정(노년 선자 역)은 (한국 작품들에서) 상징적인 인물이어서 '미나리'로 오스카를 타기 전에도 그의 작품을 잘 알고 있었다. (제작진 중에) 그의 첫 영화를 감명 깊게 본 사람도 있었고, 우리는 그의 작품을 친숙하게 봐왔다.

▶(마이클 엘렌버그) 시대극이지만 시대극으로만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정서는 모던했으면 했다. 그래서 '파친코'는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하지만 현재처럼 생생하게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캐스팅은 신구의 완벽한 조합이다. 윤여정이나 이민호(한수 역)처럼 인지도가 높은 톱배우는 물론 한 번도 보지 못한 신예들도 있다. 다채로운 캐스팅이 이뤄진 것 같다.

 

 

 

 

애플TV 파친코 제공 © 뉴스1

 


-해외 제작자들이 바라보는 K콘텐츠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테레사 강) 우리 모두 굉장한 영화광이다. 수 휴의 어머니는 한국 비디오 대여점을 하셨고 우리 아버지도 비디오 대여점을 하셨다. 우리는 한국 영화를 많이 보면서 자라 (한국 작품들이) 얼마나 훌륭한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K팝도 서태지 시절부터 접했다. 할리우드도 이걸 빨리 깨닫길 기다렸는데, 그 타이밍이 왔고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것은 나머지 커뮤니티(글로벌 시장)도 깨닫게 된 것이다. 한국 콘텐츠가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것이 놀랍지 않다. 오히려 타이밍이 늦어서 놀랍다. 앞으로 더 뛰어난 콘텐츠가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OTT 플랫폼의 대중화로 접근성이 향상되고 전세계 곳곳에서 비영어권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오프닝 영상이 흥미롭다. 어떤 정서를 전달하고 싶었나.

▶(수 휴) 오프닝 시퀀스는 각본 단계부터 구상했다. 오프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품 전체적인 톤을 잡고 시청자들을 확 끌어당길 수 있지 않나. 원래 생각했던 곡은 롤링스톤스였는데 저작권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결과물에) 정확히 어떤 노래가 깔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배우들이 춤을 췄다. 이 작품이 어떻게 보면 무겁고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지만, 그럼에도 각화에서 시청자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청자들에게 드리는 일종의 작은 선물이다.

-고증은 어떤 과정을 거쳤나.

▶(테레사 강) 고증이 완벽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20명의 역사학자를 자문으로 모셨다. 한국, 미국, 일본 자문위원에게 들었다. 각본 단계부터 철저한 고증을 해서 프로덕션으로 이어졌다.

-'파친코'의 역사적 배경을 잘 모르거나, 이민자의 삶과 거리가 먼 시청자들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마이클 엘렌버그) 어떤 한 지역에 관한 사건을 다루기는 하지만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정서는 근본적으로 보편적이라고 생각한다. 정체성, 난민, 이주민에 대한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에 대한 것이다. 태어난 것, 내 힘으로 만드는 것이 미국에도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이전의 역사적 내용을 몰라도 충분히 모든 문화권에서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글로벌로 공개할 수 있어서 기쁘다.

 

 

 

 

애플TV 파친코 제공© 뉴스1

 


-원작은 비교적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반면 드라마 '파친코'는 선자와 솔로몬의 이야기가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다뤄지고 교차하는 방식이다. 이유가 무엇인가.

▶(수 휴) 있는 그대로 옮긴다면 한 세대에 일어난 일이 다른 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다루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자가 한수를 처음 만난 사건의 여파가 구체화되려면 (드라마 기준) 몇 시즌이 지나야 하는데 영상화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을 활용하지 않으면 아까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편집 기술과 다양한 아이디어로 대조를 이룰 수 있어서 그걸 활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한의 정서'를 어떻게 그리려고 했나.

▶(수 휴) 각본팀이 '한'에 대한 강연에 참석해 내용을 들었다. 한'과 '정'은 한국계 미국인 사회에서도 많이 논의되는 내용이다. 불가분의 감정이다. 많은 시련(한)이 있지만 그와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따뜻한 '정'이라는 정서를 꼭 더하고 싶었다. 한국인에게 뼈에 한이 새겨져 있다고 하는데 (역사적으로) 한국인이라면 갖게 되는 트라우마가 있을 것 같다. 우리는 한국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이 정서를 공유하고 있고 이 작품을 그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사로 생각했다.

 

 

 

 

Apple TV+ © 뉴스1

 


-'파친코'를 관통하고 있는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가.

▶(수 휴) 선자가 임신하고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고국을 떠나 일본에 가는데 그 선택도 가족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린 선택이다. 가족이 우리를 지탱해주는 버팀이다. 결과적으로 가족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달린 기로에서 이런 선택을 내린다.

▶(테레사 강)개인적으로 나와 수휴는 우리 엄마를 위해서라도 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한 기억이 난다. 저스틴전도 그렇다. 작품을 보며 강한 뭔가를 느꼈다. 한국적인 이야기이면서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기 때문에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이 작품을 다루고 싶었다. 나도 우리 가족도 우리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안 했는데 그건 너무 아픔을 겪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이걸 다루면서 그분들도 이야기에 포함하고 싶었고 미래 세대에게 선조들에 대해 많이 알리고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고나다) 저희 가족도 이민자의 역사라고 볼 수 있는 가족이다. 제 어머니는 탈북을 했고 아버지는 일본에서 자라셨다. 그분들의 삶 자체가 힘겨운 현실을 맞서 싸우는 이민자의 역사였다. 정체성, 과거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작품 자체가 부모님 세대에 대한 존경을 표하고, 과거가 겪은 어려움에 대해 전하는 헌사라고 생각한다. 모든 역사는 생존이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선조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의 삶이다.

 


주요기사